자기 두뇌를 설계하는 인공지능


오늘날 인공지능(AI)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해나간다는 점이다. AI에게 특정한 학습 알고리즘을 주면 그 이후에는 알아서 한다. 그래서 AI는 인간의 지능과 닮아 있다. 한 가지 다른 것은 AI는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AI의 이 같은 지능의 진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AI가 직접 자신의 두뇌인 반도체칩을 설계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인공 지능의 핵심, 반도체 칩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바로 사람이 하면 수개월 걸려 하던 반도체 칩 설계 작업을 단 6시간에 끝냈다는 것. 구글은 이번에 차세대 AI 칩인 ‘TPU(텐서프로세싱유닛) 버전 4’의 설계 작업 일부를 AI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AI가 자신에게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기계가 기계를 만든 것이다.

사진 1. 인공지능이 설계에 참여한 TPU 버전 4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구글)

 

반도체 칩 설계는 아주 미세하고 섬세한 작업이다. 설계할 때는 손톱보다도 더 작은 크기인 실리콘 평면에 매크로라는 수천 개의 메모리 블록과 이라고 하는 수천만 개의 논리회로를 배치한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 성능을 달라질 수 있다. 작은 칩 안에서 셀과 매크로는 수십 km에 이르는 선으로 연결돼 있는데, 셀과 매크로의 배치를 효율적으로 바꾸어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이 짧아지면 칩 성능이 더 좋아지는 것이다.

물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으므로 숙련된 기술자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소자 간격이 짧으면 그만큼 배선이 짧아 신호도 빨리 전달되겠지만 소자들이 너무 밀집해 있으면 그만큼 전력 소모가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에 반도체 칩 설계자들은 칩의 용도에 맞춰 소자 배치를 최적화하려고 고심한다. 배터리 수명이 중요한 모바일용 칩이라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데이터 분석에 초점을 맞춘 칩은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통 칩 하나를 설계하는 데 여러 팀이 관여하며 수 개월이 걸린다.

인공지능, 스스로 반도체 칩을 설계하다

구글은 AI가 반도체 칩을 설계하도록 함으로써 용도에 맞는 최적의 배치법을 빠르게 찾도록 했다. 이를 위해 먼저 AI에 기존 배치 설계도 1만 종을 학습시켰다. 그다음으로는 가상의 칩에 셀과 매크로 소자 수백만 개를 배치하도록 했다. 소자를 배열하는 경우의 수는 102500제곱이라고 한다. 바둑을 두는 경우의 수가 대략 10360제곱인 것이 비하면 최적의 배치를 찾는 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AI가 소자를 배치할 때 게임처럼 보상을 주는 강화학습을 이용했다. 셀과 매크로 소자를 퍼즐 맞추듯 배열하며 성능의 향상이 일어나면 긍정적인 평가를 주어 같은 개선이 계속 일어나도록 했다.

사진 2.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위한 칩을 설계하면서 첨단 기술의 혁신을 일어날 것이다. (출처: shutterstock)

 

AI는 학습을 한 지 약 6시간 만에 숙련된 칩 설계 전문가가 설계한 것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 칩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특이한 점은 AI는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이곳저곳 자유롭게 배치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소자를 열을 맞춰 정렬하듯이 설계하려고 한다.

이 기술은 이미 데이터 분석과 딥러닝(심층 신경망 학습)에 쓰이는 ‘TPU(텐서프로세싱유닛) 버전 4’에 적용됐다. 구글 연구진은 AI를 이용한 칩 설계 기법은 시간이 많이 드는 다른 칩 설계 단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3년씩 걸리는 전체 반도체 칩 개발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자율주행차나 차세대 이동통신처럼 반도체 칩이 핵심인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미래는 우리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 이형석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작성 2026.03.26 07:37 수정 2026.03.26 07:37

RSS피드 기사제공처 : 개미신문 / 등록기자: 김태봉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유튜브 NEWS 더보기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

내면의 깊은 성찰과 거룩한 감사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