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줍줍찬스'냐 '탈출신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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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섹터로 거세게 쏠리는 가운데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9,000만 원선 아래로 후퇴했다. 달러 기준으로도 6만 달러 고지가 무너지면서 비트코인의 글로벌 자산 시가총액 순위는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위권 수준까지 밀려났다.
9000만원선 붕괴…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고개 든 매파 연준
가상자산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장중 한때 8,957만 원까지 밀려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글로벌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도 6만 달러선이 붕괴되어 5만 9,100~5만 9,500달러 안팎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의 총 시가총액은 1조 1,820억 달러(약 2,800조 원) 규모로 축소되며 컴퍼니스마켓캡 기준 글로벌 자산 순위 17위로 내려앉았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시총을 불린 메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뿐만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치보다도 낮아진 셈이다.
시장은 이번 급락의 도화선으로 중동 정세의 재불안을 꼽는다. 미·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중동 리스크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과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맞물리며 다시 안개 정국에 빠졌다. 여기에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여전히 매파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달러 인덱스가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위험자산 전반의 이탈을 부추겼다.
전방위 규제 압박… 미 ‘클래리티 액트’ 불투명에 유럽은 벌금 폭탄
제도권 안팎의 수급 여건과 규제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차갑게 얼어붙이고 있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4.6% 하락하는 동안 비트코인(-5.4%), 이더리움(-8.1%), 솔라나(-2.9%) 등 주요 암호화폐가 동반 취약성을 드러냈다. 가상자산 현물 ETF에서의 대규모 자금 유출과 바이낸스의 유럽 규제 이슈가 맞물린 탓이다.
특히 미국의 독자적인 가상자산 규제 법안인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의 연내 상원 통과 가능성은 갈수록 가시밭길이다. 폴리마켓 등 예측시장에서 연내 통과 확률은 41%까지 급락했다. 미 정계 내부에서 트럼프 일가 관련 윤리 조항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일정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발 규제 폭탄도 수면 위로 올랐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미카(MiCA) 규제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자산연동토큰(ART) 발행사에 연 매출의 최대 12.5%, 전자화폐토큰(EMT) 발행사에 최대 10%의 벌금을 부과하는 초강력 제재안 초안을 발표해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또한 ‘2026 연차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핵심 기능을 충족하지 못하며 상장지수펀드(ETF)에 불과하다고 지적, 중앙은행 중심의 ‘통합원장’ 기반 토큰화 금융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미 바닥 다졌다” vs “5만 달러 붕괴 열어둬야” 전문가 극과 극 전망
현재 시장은 향후 방향성을 두고 벼랑 끝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상자산 거물들의 방어전과 전통 비관론자들의 파멸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낙관론 (고래들의 추격 매수 시사): 비트코인 강세론자인 샘슨 모우는 이번 하락이 4년 반감기 사이클이 앞당겨진 과정일 뿐이라며 “비트코인의 바닥은 이미 견고하게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기업 중 최대 수량을 보유한 스트래티지(Strategy)의 마이클 세일러 회장 역시 자신의 X(구 트위터)에 평단가(7만 5,646달러) 정보가 담긴 차트를 올리며 “우리에겐 더 많은 차트가 필요할 것”이라는 멘트로 추가 매집 의지를 피력했다.
비관론 (추가 폭락 위험 경고):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평단가를 크게 밑돌면서 스트래티지 자체의 재무적 리스크와 미실현 손실(약 130억~140억 달러 추산)이 시장의 또 다른 부메랑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마커스 틸렌 10x리서치 창업자는 비트코인이 8~10월 사이 5만 5,000달러 수준까지 밀린 뒤에야 바닥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도 “5만 9,000달러선이 깨지면 투매가 이어져 4만 5,000달러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전통 금융가의 시선은 더욱 냉혹하다.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창업자 제러미 그랜섬은 최근 CNBC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실물 경제에서 전혀 쓸모를 입증하지 못한 투기적 자산”이라며 “요란한 파멸이 아니라, 시인 T.S. 엘리엇의 표현처럼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며 서서히 시장에서 소멸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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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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